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로 옮기고 싶어도, 보유한 ETF나 예금을 모두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 망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로 옮기는 ‘실물이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ETF나 예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옮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상품 자체가 실물이전 대상이어야 하고, 새로 옮겨갈 금융회사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하며, 지금은 DB→DB, DC→DC, IRP→IRP처럼 같은 제도끼리만 이전이 가능합니다. 2026년 8월 24일 금융감독원이 DC형에서 다른 사업자의 IRP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아직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핵심 요약
- 예금·GIC·ELB·DLB 등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보장상품과 공모펀드, 채무증권, ETF 등은 실물이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같은 상품을 옮겨갈 금융회사도 취급하고 있어야 실제로 상품을 팔지 않고 이전할 수 있습니다.
- 디폴트옵션, 리츠, 사모펀드, RP, MMF 등 일부 상품과 특정 계약 형태는 실물이전이 제한됩니다.
- 현재는 DB→DB, DC→DC, IRP→IRP만 가능하며, DC→타사 IRP는 개선 추진 단계입니다.
실물이전은 ‘계좌를 현금화하지 않고 금융회사만 바꾸는 것’입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2024년 10월 31일 시작됐습니다. 이전에는 금융회사를 바꾸려면 보유 중인 예금이나 펀드 등을 해지·매도해 현금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예금은 만기 전에 해지하면 약정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금리가 적용될 수 있었고, 펀드나 ETF는 원하지 않는 시점에 팔았다가 다시 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실물이전을 이용하면 이전 가능한 상품은 보유 상태를 유지한 채 금융회사만 바꿀 수 있습니다. 상품을 팔았다가 다시 사는 사이에 가격이 움직이는 위험도 줄일 수 있고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비스 도입 이후 2026년 6월 말까지 약 25만건, 15조9천억원이 이전됐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6조 9천억 원이 움직였는데, 그중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긴 금액이 5조 2천억 원으로 가장 컸습니다.
ETF·예금·공모펀드는 가능하지만 두 가지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실물이전 대상에는 신탁계약 형태의 예금·GIC·ELB·DLB 등 원리금보장상품과 공모펀드, 채무증권, ETF 등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IRP에서 국내 ETF를 보유하고 있다면 ETF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매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옮겨가려는 금융회사, 그러니까 수관회사가 내가 가진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A금융사 IRP의 ETF X와 펀드 Y 중 B금융사가 ETF X만 취급한다면 처리 방식이 달라집니다. 실물이전 대상이면서 B금융사에도 있는 ETF X는 그대로 옮길 수 있지만, 이전할 수 없는 상품은 현금화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ETF를 옮길 수 있나?”보다는 “내가 가진 이 ETF를 내가 가려는 금융회사에서도 취급하나?”를 확인하시는 게 훨씬 정확한 질문입니다.
디폴트옵션·리츠·RP 등은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모든 퇴직연금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이 안내한 제외 대상에는 디폴트옵션, 지분증권, 리츠, 사모펀드, ELF, 파생결합증권, RP, MMF, 종금사 발행어음 등이 포함됩니다.
보험계약 형태의 자산관리계약이나 운용관리회사와 자산관리회사가 다른 언번들형 계약도 실물이전이 어렵습니다. 또 압류나 질권이 설정된 상품, 환매수수료가 있는 일부 펀드 등은 상황에 따라 이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DC와 IRP는 적립금 전부를 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좌 안에 실물이전이 안 되는 상품이 섞여 있다면 해당 상품을 현금화해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상장상품은 가입자가 직접 매도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신청 전에 상품별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옮길 금융회사를 정하기 전에 사전조회부터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7월부터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사전조회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새 금융회사에 계좌부터 만든 뒤 이전을 신청해야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존 금융회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여러 사업자를 대상으로 보유 상품의 이전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옮길 금융회사를 결정하신 뒤에는 계좌를 개설하고 별도로 실물이전을 신청하셔야 합니다.
실물이전 신청부터 완료까지는 기본적으로 최소 3영업일이 걸릴 수 있고, 현금화가 필요한 상품이나 환매기간이 긴 펀드가 있으면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이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계좌 내 상품 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주세요.
DC에서 다른 금융사 IRP로 바로 옮기는 것은 아직 기다려야 합니다
현재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2026년 8월 24일 금융감독원은 실물이전 개선 TF를 출범시키면서 DC형 적립금을 다른 퇴직연금사업자의 IRP로 직접 이전할 수 있도록 전산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준은 여전히 DB→DB, DC→DC, IRP→IRP처럼 같은 제도끼리의 이전입니다. 따라서 오늘 발표를 보고 “이제 퇴직할 때 회사 DC에 있던 ETF를 다른 증권사 IRP로 바로 옮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면 시점이 맞지 않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금감원은 9월까지 개선 방향을 확정하고 10월부터 전산 개발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환매중단펀드를 실물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나 비대면 이전의사 확인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는데, 실제로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을지와 구체적인 조건은 앞으로 나올 발표를 지켜보셔야 합니다.
금융회사를 바꾸기 전에 상품·수수료·거래방식을 같이 확인하세요
퇴직연금 실물이전에서 가장 먼저 보셔야 할 건 내가 가진 상품이 옮겨지는지 여부입니다. 기존 금융회사의 사전조회 기능으로 후보 금융회사별 이전 가능 여부를 먼저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다음에는 실물이전 가능 여부만으로 금융회사를 정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DC형과 IRP는 가입자가 직접 운용 결과를 책임지는 구조이므로 수수료, ETF·펀드 상품 라인업, 매매 방식과 편의성까지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ETF를 자주 거래한다면 금융회사별 주문 방식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 최근 은행권의 변화는 퇴직연금 ETF 당일 매매, 국민은행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또 이전 과정에서 현금화해야 하는 상품이 있다면 그에 따른 조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예금은 중도해지금리를, 펀드는 환매기간과 비용을, ETF는 직접 매도가 필요한지를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품을 안 팔고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실물이전의 장점이지만, 실제 내 계좌에서는 상품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설명하기 위한 콘텐츠이며, 특정 금융회사나 금융상품의 가입·이전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8월 24일
※ 참고 자료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보유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개시됩니다, 2024년 10월 10일
-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실물이전 신청시 유의사항 안내, 2024년 11월 7일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아직 고민 중이라면 사전에 확인해 보세요, 2025년 7월 21일
- 이데일리,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실물이전 개선 TF 가동 보도, 2026년 8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