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신탁 해지, 회사가 주식을 판다는 뜻일까요?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던 회사가 몇 달 뒤 신탁계약을 해지합니다. 공시에는 수십억원의 계약금액이 적혀 있고, 해지 후 신탁 보유수량은 0주가 됩니다. 사뒀던 주식을 다시 파는 것인지 헷갈릴 만합니다.

이때 신탁계좌에서 빠진 주식이 어디로 갔는지를 확인하면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회사 계좌로 옮겨진 주식과 실제로 처분된 주식은 공시에서 서로 다른 흔적을 남깁니다.

NICE평가정보·모헨즈의 2026년 공시와 KCTC의 2025년 공시를 통해 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신탁계약 해지는 자사주를 파는 것이 아닙니다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은 회사가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고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도록 하는 계약입니다. 계약을 해지하면 신탁을 통한 운용이 끝나고 재산을 돌려받게 됩니다.

공시에 적힌 ‘계약해지금액’은 종료하는 계약의 규모입니다. 그 금액만큼 주식을 팔았다거나, 같은 금액의 현금이 회사에 들어왔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현재는 주식 반환에 관한 법 규정도 명확합니다. 2026년 3월 6일 신설된 상법 제542조의14는 상장회사의 자사주 취득 신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 신탁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신탁업자는 해당 자사주를 처분할 수 없다.
  • 계약 종료·해지 후에는 지체 없이 회사에 자사주를 반환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자사주 신탁 해지는 매입한 주식을 회사에 돌려주는 절차로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 자료에는 신탁업자가 자사주를 팔고 그 대금을 현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계약이 끝나면 매입한 주식을 회사에 반환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도 2026년 6월 공시 규정을 개정해, 신탁계약 기간 중 자사주를 파는 경우를 다루던 조항을 정리했습니다.

신탁 보유수량이 0주가 돼도 자사주 합계는 유지됩니다

NICE평가정보는 2026년 7월 15일, 자사주 취득 완료를 이유로 50억원 규모 신탁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 계약으로 취득한 주식은 322,553주였습니다.

해지 결정 공시와 결과보고서를 연결하면 주식의 이동이 보입니다.

보유 구분해지 직전반환 반영 후
회사가 직접 보유한 자사주320,233주642,786주
신탁에서 보유한 자사주322,553주0주
합계642,786주642,786주

신탁에 있던 322,553주가 회사 계좌로 옮겨지면서 회사의 직접 보유수량이 그만큼 늘었습니다. 신탁 보유분은 사라졌지만 자사주 합계는 그대로입니다. 주식이 외부 투자자에게 넘어간 매도와는 다른 변화입니다.

또한 이 회사의 월별 취득내역을 보면 2026년 5월 말, 6월 말, 해지일인 7월 15일의 취득수량이 모두 322,553주로 같습니다. 해당 계약의 매입은 해지 전에 이미 완료돼 있었습니다.

기존 계약에 따른 자사주 매입은 해지 전에 이미 완료됐습니다. 따라서 계약 해지로 진행 중이던 매입이 중단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NICE평가정보는 같은 날 90억원 규모의 새로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도 결정했습니다. 새 계약의 시작일은 8월 3일로, 기존 계약을 마치면서 추가 매입 계획도 발표한 것입니다.

해지 공시에는 신탁에서 돌려받은 주식을 회사 계좌로 옮긴 뒤 전량 소각할 계획도 담겼습니다. 신탁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식이 곧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주식을 돌려받은 후 실제로 소각해야 발행주식 수가 줄어듭니다.

현금 반환과 주식 매도도 구분해야 합니다

신탁에는 매입한 주식뿐 아니라 아직 사용하지 않은 돈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시에 ‘현금 및 실물 반환’이라고 적혀 있어도, 현금이라는 단어만으로 주식을 팔았다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모헨즈가 2026년 6월 25일 제출한 신탁계약해지 결과보고서를 보겠습니다. 계약 규모와 실제 매입금액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항목금액·비율
계약금액20억원
실제 주식 취득금액1,466,411,492원
계약금액 대비 취득금액약 73.32%
계약금액과 취득금액의 차이533,588,508원

계약금액 가운데 약 5억 3,359만원만큼은 주식 매입금액으로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매수 주문이 전부 체결되지 않아 예정금액에 미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차액은 계획한 매입금액과 실제 매입금액의 차이입니다. 수수료나 운용수익 등을 반영한 실제 현금 반환액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주식 쪽 기록도 함께 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해당 신탁은 455,347주를 취득했고, 결과보고서의 처분 내역에는 수량이 없었습니다. 취득한 주식은 회사로 입고됐습니다. 기존 보유분 664,653주와 합쳐 해지 후 자사주는 1,120,000주가 됐습니다.

이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은 매입금액의 미달과 취득주식의 반환입니다. 매입하려던 돈을 모두 쓰지 못한 것과 이미 산 주식을 되판 것은 다릅니다. 해지금액 20억원을 매도금액으로 읽으면 이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과거의 현금 환매 사례는 현재 규정과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신탁 해지와 함께 실제로 자사주를 처분한 사례는 없었을까요? 법 개정 전에는 있었습니다.

KCTC는 2025년 8월 자사주 펀드를 해지했습니다. 최초 계약일이 1997년 7월 1일인 오래된 상품으로, 회사는 일반적인 주식 반환 방식과 달리 펀드를 환매한 뒤 현금이 입금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8월 26일 결과보고서에는 수탁자가 보유하던 자사주 94,250주를 모두 처분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해지 후 자사주 보유수량도 0주였습니다. NICE평가정보처럼 회사의 직접 보유수량으로 옮겨진 기록과는 다릅니다.

이것은 2026년 상법 개정 전 사례입니다. 현행 규정에서는 신탁계약이 해지되면 매입한 자사주를 회사에 반환해야 하며,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돌려줄 수는 없습니다.

현재 공시에서는 신탁이 보유한 자사주가 얼마나 줄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접 보유한 자사주가 얼마나 늘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신탁에서 줄어든 수량만큼 회사의 보유수량이 늘었다면 주식을 매도한 것이 아니라 회사로 돌려받은 것입니다.

실제로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했는지는 신탁계약해지 결과보고서의 취득금액과 수량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환받은 주식을 이후 소각하거나 처분할 계획이 있는지도 관련 공시에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자사주 신탁 해지는 계약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주식을 팔았는지는 계약금액이 아니라 주식의 이동과 처분 기록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작성 기준일 : 2026년 10월 16일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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